그런 날이 있다.
유난히도 모든 게 잘 풀리는 이상할 만큼 운이 좋은 날.
코끝을 날카롭게 할퀴는 겨울 냄새 가득한 찬바람조차 좋게 느껴지는 그런 날.
그 끝에 만난 것은 뜻밖에도 전 섹스 파트너, 재언이었다.
“잘 지냈어?”
시간이 무색하게 여전히 지오에게 친절한 그.
그래서였을까, 사실 제법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.
충동적으로 허락한 원나잇이 제게 무슨 일을 불러올 줄도 모르고.
- 내가 널 놔줄 거라 생각했어?
우습게도 우재언과의 하룻밤이 자극한 건 정우진이었다.
그는 한지오가 묶여 있는 땅의 주인이었다.
정우진의 곁에선 말라 죽을 것 같아 선택한 도망이었는데,
그럼에도 여전히 한지오는 정우진의 범위 안이었다.
- 그러게 왜 몸에 더러운 걸 묻혀. 내가 널 조금은 더 봐줄 수도 있었을 텐데.
한지오 세상의 신이자 전부였던 정우진과,
그 세상을 찾은 불청객인 우재언은 어느 순간부터 계속 지오에게 다가오는데…….